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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신구대 겸임교수(언론학 박사)
등록날짜 [ 2018년08월04일 22시28분 ]


최근 미국발 강대국 간 무역전쟁 등 나라 안팎에서 굵직한 이슈들이 넘쳐 난다. 이 가운데 지난주 '서울시 읽기 쉬운 자료개발센터'가 영등포구에 설립되었다는 소식이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도 공공기관에서도 읽기 쉬운 자료 관련 시설을 설립했다는 사실이 반갑고 놀라웠다. 그동안 다른 장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권리 차원의 시설이라 더 그랬다. '장애는 신체적인 차이가 아니라, 능력이 다른 것'이라는 박원순 서울 시장의 개소식 축사도 감동스러웠다.

그런데 '서울시 읽기 쉬운 자료개발센터' 개소식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쉬운 말 뉴스 만들기' 단체 대표와 발달장애인 기자들의 모습이 겹쳐져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쉬운 말 뉴스 만들기'에 앞장서 온 어느 비영리 시민단체의 힘겨운 노고를 아주 잘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해당 시민단체는 어려운 여건에서 발달장애인들도 이해할 수준의 쉬운 말 뉴스를 수천 건 편집하고 만들어 냈다. 발달장애인의 인식 개선을 위한 세미나와 행사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필자를 포함해 다수의 전문인들이 다양한 형태로 이들과 함께 한지도 어느덧 3년이 넘는다.

물론 '서울시 읽기 쉬운 자료개발센터'와 필자가 참여하는 '쉬운 말 뉴스 만들기'는 '쉬운 말'과 '발달장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다. 후자는 쉬운 말 서비스 대상을 발달장애인에 한정하지 않는다.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와 한류 관련 외국인 등 한글 취약층 모두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대상의 규모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또한 쉬운 말 검증과정에 발달장애인을 참여시키고 이들의 이해 여부를 확인하면서 활동비 지급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작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다름의 능력이 만들어낸 일자리를 통해서 정보력과 소통 능력이 향상되기도 한다.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누구든 삶의 질은 언어 소통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다문화가정 등 한글취약층 삶의 질과 언어소통능력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에 의하면 한국어 능력이 좋을수록 삶의 질이 높다고 한다. 언어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들에게 쉬운 말 콘텐츠가 많아 소통이 쉬워지면 그만큼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작년도 보건복지부에서 다문화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언어발달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38.4%가 언어 구사에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6세 어린이 중 30%만 정상적인 한국어를 습득했다고 한다. 2016년 11월 기준, 성남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수는 5천831가족으로, 이들 가정의 4∼12세 자녀는 1천569명이라고 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경기 도내 거주등록 외국인은 38만1천여명에, 도 내 발달장애인은 4만1천여명이다.

말과 글의 자유로운 사용과 소통은 문화와 민족의 정체성을 이루는 근간이 된다. 세계 도처에 있는 한인 2세와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을 포함 한글 취약층에게 쉬운 말 서비스를 확장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게 많다. 특히나 다문화가정과 이주민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경기도는 쉬운 말 서비스 시스템이 더 절실하게 필요해 보인다. 

언어 소통으로 차별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시의 쉬운 말 자료센터를 뛰어넘는 보다 더 적극적인 차원의 쉬운 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시민단체의 축적된 노하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추진할 여력이 있는 공공기관과 그동안 쉬운 말 뉴스 만들기에 많은 품을 들인 시민단체와 업무협약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한글 취약층에게는 쉬운 말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 과정을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시민과 도정이 서로 상생을 할 수 있다. 도정을 통해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다가간다면 이 또한 보람 있는 일 아닐까.

<이 글은 경인일보에 실린 것을 전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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