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07.05 18:19 |
내가 베트남의 태권도 부흥사 ‘베트남 귀환 이주노동자, 반흥’(2)
2019/07/05 17:5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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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이주노동자 리더십 발굴 프로젝트 ‘우리 곁의 외국인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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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외국인주민 인권 옹호 기관인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소장 오경석)는 지난해 12월 ‘2018 이주노동자 리더십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로 ‘경기도, 우리에게 맡겨요’라는 제목의 자료집을 발간했다. 이주노동자 리더십 발굴 프로젝트는 한국 사회에 가득 차 있는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기 위해 기획됐다. 사회 문화적으로 낯선 이주의 공간에서, 길지 않은 시간에,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외국인주민을 발굴해 소개하는 작업은 우리 곁의 이주민을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일곱 명의 이주민들을 따라가 보자.

#이주노동, 어렵지 않았어요, 모든 게 다 좋았어요.

물론 그 역시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향수병과 언어 장벽, 기후의 차이, 문화의 차이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혼란과 좌절의 시기는 한국에 입국한 초기 ‘두 달’에 불과했다.

“한국에 와서 가장 기뻤던 때도, 슬펐던 때도 첫 두 달 이었던 것 같아요.”

두 달 간의 막막함은 첫 월급을 받으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당시 100만원의 첫 월급을 받고, 거금인 1천 달러를 고향에 송금하고도 돈이 남은 그는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된 것 같은 행복감을 맛볼 수 있었다.

이후 그의 한국 생활은 ‘축복’의 연속과도 같았다. 그가 송금한 돈으로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멋진 집이 지어졌다. 2009년에는 아름답고 유능한 고등학교 동창과 결혼도 할 수 있었다.
그녀와의 사이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세 아이가 태어났다. 이제 여덟 살인 큰 아들은 벌써 “태권도를 하고 있고 스스로 만족스러워해”, 태권도가 전부인 아빠를 기쁘게 해주고 있다.

한국 생활은 돈과, 집, 태권도, 사랑과 가족 이외에도 그에게 많은 것들을 선물해주었다. 그는 한국어 토픽 3급을 획득했고, 자동차 정비술을 익혔으며, 컴퓨터 프로그램에 참가해 워드나 액셀 등 사무용 프로그램 사용법도 익힐 수 있었다.

#축복이 실현되는 방법 : 제 한국 생활 잠깐 소개할게요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것이 술술 풀릴 수 있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너무나 쉬워 보이는 그의 한국 생활, 그러나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 순간 수긍이 간다. 아 이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축복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 그가 반흥이다.

일단 반흥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친화적이다. 첫 직장인 안산의 동파이프 공장에는 이미 여러 나라 외국인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는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는 다른 외국인들 모두와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두번째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화성의 식품회사였는데, 그는 그 곳의 분위기를 ‘한 가족 같다’고 표현한다.

“화성에 있는 식품 회사는 직원들이 거의 가족, 친족이었어요. 한 가족 같아서 제가 그래서 일하기로 했어요.”

친화적이지만 그는 치밀하고 담대하기도 하다. 한국에 온 지 불과 일주일 후,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동료가 회사에서 무려 7킬로미터가 떨어진 피씨방에 반흥을 택시로 데려다 준 적이 있다.

다음 주부터 반흥은 방글라데시 친구의 도움도, 택시 기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그 피씨방을 이용할 수 있었다. 택시가 가는 경로를 일일이 노트로 기록한 후, 그 노트를 보고 걸어서 피씨방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택시가 어느 경로로 가는지 노트로 일일이 다 적었어요. 그 다음 주부터 일요일마다 노트를 보고 약 한 시간 반을 걸어서 그 피씨방을 찾아갔어요. 그리고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채팅을 했어요.”

부지런함과 성실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자산이자 매력이다. 그가 태권도는 물론이요, 한국어, 컴퓨터, 자동차 정비 등 각종의 기능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친구들이 놀러’ 다니는 일과 후 저녁 시간과 주말을 온전히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 놀러 다닐 때 열심히 한국어 공부해서 토픽 3급도 취득했어요. 일 없을 때는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저녁에는 스스로 공부해야 했어요.”

성공적인 귀환 : 전 돌아와서도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있어요.

이주노동자들이 출신국으로 귀환해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 목적국에 적응하는 것만큼이나 몇 년 혹은 십여년 이상 떠나있던 출신국에 다시 적응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과 재결합하는 문제며, 재취업하는 문제 등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한 번 이주를 경험한 이주노동자들 가운데 적지 않는 사람들은 다시 이주를 선택하게 된다고들 한다. 이 점에서도 반흥은 예외다.

그의 귀환은 성공적이고, 흠잡을 데 없는 모범사례로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출퇴근을 한다. 맞벌이를 하지만 육아 걱정도 없다. 부모님께서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금쪽같은 세 자녀를 키워 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재취업 과정도 순조롭다.

베트남으로 돌아온 직후, 그 역시 진로를 고민해야만 했다. 사업을 해야 할까, 취업을 해야 할까. 그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업을 선택한 귀환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이 고전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저도 처음에는 사업하고자 하는 생각이 조금 있었지만 다른 귀환자들을 보니 쉽지 않는 것 같아 포기하고 회사부터 먼저 다니기로 했어요.”

그래서 그가 선택한 직장은 하노이 인근 박린성에 소재한 한국계 기업, 핸드폰 충전 케이블 제작 회사였다. 회사의 규모는 그가 한국에서 일했던 곳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직원이 무려 950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의 역할도 달라졌다. 한국에서 그는 단순 노동자였다. 베트남의 회사에서 그는 직원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인사관리 담당자이다.

쉬운 일은 없어요. : 변화와 도전, 마다하지 않을 뿐이죠.

베트남의 한국 기업에서, 베트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인사 및 노무 관리’ 담당자로 일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흥 이전에 이 일을 담당했던 서너명의 직원은 “고된 노동과 통역의 부담”이라는 공통의 사유로 사직을 선택했을 정도이다.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자신이 편안한 언어로,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하는 일은 언뜻 보면 매우 쉬워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다르다. 무엇보다도 한국인 관리자와 베트남 직원들 사이의 상이한 입장과 견해를 중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측을 향해서는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는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중재는 결코 쉬울 수 없다. 심지어 그가 정당한 일처리를 하고 있을 때조차, 일부 노동자들은 협박 문자를 보내오기도 한다.

“회사 폐업이 결정된 후 구조조정을 할 때 직원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았어요. 어제도 협박 문자를 받았거든요.”

그러나 그는 담담하다. 같은 민족 노동자들로부터 오해와 협박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자신의 선택한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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