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08.19 22:52 |
성남이주민센터 쉼터에 머무는 산업재해 입은 외국인 근로자 이야기
2019/08/06 16:5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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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입은 외국인 근로자, 민형사상 권리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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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이주민센터(센터장 조혜숙) 남성쉼터에는 7명의 외국인근로자들이 머물고 있다. 회사 기숙사에서 거주하며 열심히 일을 해야 할 이들이 민간단체 쉼터에 머무는 이유는 뭘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거주자들은 산업재해 피해자들이다. 이들이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민간단체 쉼터로 흘러 들어온 과정을 보면 한국 사회가 필요에 의해 불러들인 근로자들을 온전히 대우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 5일 태국 출신 외국인근로자들을 성남이주민센터에서 만났다.
사례1) 워라차이(30세) 씨는 울산의 자동차공장에서 근무하다가 프레스 기계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아 오른손 손가락 4개가 절단됐다.

보통 손가락이 절단되면 손가락을 찾아서 환자와 함께 긴급히 봉합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어쩐 일인지 누구도 손가락을 챙겨주지(?) 않았고 결국 워라차이 씨는 손가락 4개를 모두 잃고 말았다.

프레스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의문으로 남는다. 요즘 프레스기들은 대부분 안전기능이 있어서 손을 인식하고 작동을 멈춘다. 그러나 워라차이 씨가 근무할 때는 이런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프레스기가 손가락을 절단하는 사고가 났다.
워라차이 씨도 이런 사실을 잘 알지만 누구도 왜 프레스기의 안전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사례2) 쏨폽(23세) 씨는 경기도 양주의 염색가공 공장에서 기계 사고로 오른손 검지가 절단됐다. 오른팔 뼈도 부러져 신경이 손상됐고 결국 중지, 약지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한다.
쏨폽 씨는 사고 직후 사업주가 병원을 방문해 산업재해에 따른 모든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 그러나 이후 사업주는 잠적했고 현재 병원 치료비를 직접 부담해야 할 처지가 됐다.

사례3)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듯이 한국을 떠난 이도 있다. 양계장에서 일하던 쁘라욧(가명) 씨는 기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 선풍기가 고장 났으니 고치라는 강요를 받았다. 머뭇거리다 강요가 이어지자 선풍기를 분해했는데 그만 선풍기가 돌아가면서 손가락을 잃었다.
하지만 선풍기 수리는 양계장 일이 아니므로 산업재해를 적용해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결국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쁘라욧 씨는 조혜숙 센터장이 모금해서 전달한 20만원을 받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긴 뒤 지난 2월 고국으로 떠났다.

산업재해는 어느 산업현장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산업재해 발생률(0.91%, 2014)이 내국인 근로자의 그것(0.50%, 2014)보다 약 2배 가량 높다는 얘기도 하지 않겠다.

문제는 산업재해를 입은 외국인 근로자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우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산업재해를 입은 외국인근로자는 노동력을 상실하고 장기간 요양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때 주로 비숙련 노동자 비자(E-9)로 입국한 이들은 이 비자를 유지할 수 없다. 노동력을 상실했으므로 E-9 비자를 박탈하고 ‘질병과 사고로 치료 중인 외국인’ 비자(G-1-2)를 발급한다.

이 때 정상적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한국에서 쫓겨나야 할 상황에 처한다.

사례1)의 워라차이 씨 역시 사고 직후와 달리 회사 측이 태도를 바꿔 ‘너의 실수로 사고가 났으니 산업재해 처리를 해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산재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일을 하지 못하니 회사 기숙사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쫓겨난다. 결국 성남이주민센터 쉼터와 같은 곳으로 몰려들 수 밖에 없다. 

조혜숙 센터장은 “쉼터에 머무는 산재 외국인 노동자들은 술을 마시지 않음에도 수술과 사고 당시의 트라우마 등으로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기 때문에 간수치가 매우 높게 나온다”며 “이런 경우 별도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산업재해 치료 대상이 아니다. 결국 G-1-2비자로는 건강보험 가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높은 병원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또 “산업재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노동력 등을 평가하지 말고 기존 체류자격을 인정해 줘야 한다”며 “산업재해를 입은 외국인근로자들이 민형사상의 권리를 보장 받고 정당하게 사업주와 다툴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재해를 입은 외국인 근로자를 취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통역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도 그랬지만 더 이상 한국 사회에 어떠한 신뢰와 믿음도 갖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마음을 기자는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취재 내내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질문에는 단답형의 소극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1차 취재를 마치고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차 설문에는 ‘한국 정부에 원하는 것이 없다’는 외국인근로자의 답변이 여럿 나와 기자에게 비수처럼 박혔다.
송하성 기자

[ 송하성 기자 hasung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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