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08.19 22:52 |
5명의 활동보조인이 모두 거부한 우리 딸
2017/10/24 09:0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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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보조제도 ‘유감’(遺憾)-발행인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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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10살 초등학교 3학년 자녀는 뇌성마비 1급, 시각장애 2급의 중증중복장애인이다. 칠삭둥이로 태어난 탓에 인큐베이터에서 약 80일을 살았고 그 결과 산소 과다공급, 혹은 산소 결핍이 발생해 뇌에 두 가지의 중증장애가 나타났다. 신생아가 인큐베이터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장애 발생율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은 나중에 안 사실이다.

부모는 아이가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부터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므로 돌이 되기도 전에 가장 이른 나이에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10년간 이어진 재활치료는 어떠한 상태의 호전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아직 이 아이는 스스로 일어서지도 물 한잔을 온전히 마시지도 못한다. 재활치료를 하는 10년간 병원과 복지관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서러움을 당했음은 물론이다.

최근 간 종합병원에서는 자녀의 더 이상의 재활치료가 무용함을 통보했고 아내와 필자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내는 딸의 재활치료에 투자하던 노력에서 벗어나 취업을 비롯한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다짐을 하고 장애인활동보조제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장애인활동보조제도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신청을 하자 먼저 국민연금공단에서 직원이 나와 자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 직원은 딸을 보고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월 130시간의 활동보조시간을 부여했다. 아내는 아침에 자녀를 직접 학교에 등교시킨 뒤 활동보조인으로 하여금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하교와 생활을 돌보도록 할 작정이었다.

그리고 두 달 전 아내는 장애인활동보조지원기관 3곳에 활동보조인을 연결해 줄 것을 신청했다. 기관들은 서로 자기 기관에 신청하라며 활동보조인 연결이 금방 해결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5명의 활동보조인이 집을 방문해 자녀와 아내를 만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우리 가족은 아직도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5명의 활동보조인이 모두 우리 딸의 활동보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딸의 활동보조를 거부한 사유는 다양하다. 어떤 보조인은 허리가 아파서 못한다고 했고 어떤 보조인은 체력이 달린다고 했다. 하루를 돌보고 돌아간 어떤 보조인은 '등산을 갔는데 낙상사고를 당해 못하게 됐다'는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이유를 댔다.

대부분의 활동보조인들은 28kg의 초등학교 어린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내리며 화장실에 가고, 집으로 데려오는 일이 힘들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떤 활동보조인은 자녀를 휠체어에서 내리다 넘어지기도 했으니 그럴 수도 있는가 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설명이 쉬운 이유는 필자의 딸이 활동보조를 하기에 까다로운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다. 많은 활동보조인들이 발달장애인 활동보조를 하고 있는데 발달장애인(지적장애, 자페성 장애)은 신체적으로 양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혼자서 화장실에 가고 밥을 먹을 수 있다. 필요한 곳으로 함께 이동하며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만 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에 필자의 딸은 휠체어와 자동차에 태우고 내리고 화장실에 데려가고 밥을 먹여야 한다. 화장실에서는 용변을 볼 수 있도록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히고 똥을 닦아주는 일까지 해야 한다. 발달장애인 보다 곱절 이상 힘든 일이다.

5명의 활동보조인들이 떠나고 보니 더 쉬운 일만을 찾아다니는 사명감 없고 봉사정신 없는 활동보조인들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아내에게 한마디 했더니 "월급 받아봐야 수수료 등을 떼어 주고 나면 100만원도 못 받는 분들한테 무슨 사명감과 봉사정신을 기대하느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5명 중 한 명이 필자의 딸을 돌보았다면 그는 한 달에 약 90만원의 급여를 받게 된다. 정말이지 90만원을 받으며 사명감과 봉사정신을 갖고 일 하기는 쉽지 않겠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에 전화했다. 활동보조인을 구할 수 없는 경우 부모 등 보호자가 활동보조인으로 일 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그와 같은 경우는 낙도 등 섬 지역의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할 수 없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 우리 같이 활동보조인을 구할 수 없는 경우는 어떡하냐고 했더니 대답이 매정하다. “이런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해드릴 방법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활동보조제도라는 중증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랑하면서 우리 가족은 이용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10년간 장애인 자녀 재활치료하며 느낀 서러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깊어가는 가을이 야속하다.
<오마이뉴스 동시 게재>
[ 송하성 기자 hasung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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