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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남 양주건가다가 사회복지사, “나태해지지 않기 위한 노력, 가정과 직장에서 작은 성공이 되다”
2019/05/25 22:4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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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번역사에서 사회복지사로 취업 성공한 다문화가족 워킹맘 백금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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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한수진)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을 취재하며 백금남 씨를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중국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너무 반가워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국어를 무척 잘 하길래 당연히 한족인 줄 알았다. 한국어를 어떻게 배웠냐고 물었더니 백금남 씨의 답은 의외였다. 중국교포라 한국어는 계속 사용해 왔고, 오히려 중국어를 열심히 배웠다고 한다. 
보통 교포라면 한국어를 잘하고 중국어를 잘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면 중국어를 어떻게 한족처럼 잘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한국에서는 언어환경이 한국어잖아요. 그러다 보니 중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중국어를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중국어책을 보고 중국드라마를 자주 봤어요”

문득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반 직원으로 근무하는 그의 성공스토리가 궁금해졌다. 다문화가족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부탁했다.

“저는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에요. 평범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싶으면 소개할 수 있어요”

-자신을 소개해 달라.


“중국 톈진(天津)에 있는 한국회사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1999년에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 아들, 딸과 시부모님 등 모두 여섯 식구가 평범하게 살고 있다. 2012년 10월부터 양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했으며, 올해 1월부터는 직원 공개채용에 응해 서류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쳐 사회복지사로 채용됐다. 지금은 센터 운영지원팀에서 사회복지사로 방문교육사업, 다문화가족 서포터즈 사업,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

-센터에서 6년째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때는?


“다문화가족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다문화가족들은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문제, 아이양육, 부부관계와 시댁식구들과의 관계, 문화차이로 인한 어려움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항상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려고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마도 제일 잘한 일은 경청과 공감 즉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다. 그들은 가족을 떠나 말도 안 통하는 이국땅에 와서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도 없이 힘들게 살고 있다.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그들에게 큰 도움과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한국인 동료들도 상담을 잘 하지만 나는 그 시절을 지나온 선배로서 그들의 희로애락을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혼이주여성들 중에 나보다 어린 사람도 있고 나이 많은 사람도 있지만 나한테 친정언니, 친정엄마라고 생각하고 의지하는 것 같다. 많이 부족하고 별로 한게 없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니 너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일하면서 힘든 일은 없나?


“상담통역을 하면서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만나면 안타깝다. 가장 힘든 것은 부부관계가 갈등으로 인해 파경에 이르는 경우이다. 특히 변호사까지 개입되면 다른 전문통역사를 고용하기 때문에 내 업무가 거기서 끝이 난다. 그럴 경우 결혼이민자들은 계속 도와주기를 원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만 두어야 한다. 게다가 센터의 다른 많은 회원들도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만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줄 수 없어서 미안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몸이 두 개 세 개라도 있으면 좋겠다”

-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하다가 사회복지사로 전환 근무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해냈나?

“나 스스로 열심히 준비했다.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또 한편으로 센터장님과 동료직원들이 밀어주고 도와주어서, 양주시에서도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한국에서는 학력을 많이 중요시한다. 그래서 통번역지원사로 일하면서 4년 동안 방송통신대학교 중국어과 학사 학위를 땄다. 그리고 졸업하자마자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 학기에 8개 과목을 이수하느라 24시간이 진짜 모자랐다. 보통 퇴근하고 집에 와서 늦게 공부하거나 주말에 공부를 많이 했다. 이렇게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시어머님이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다. 시부모님과 20년째 같이 살고 있으니까 누구보다도 제가 잘 되도록 응원해주시고 주말에 아이들 식사도 챙겨주셨다. 가족들은 제가 공부하는데 방해가 될까 봐 TV도 끄고 협조를 많이 해주었다”

-시부모님을 20년 동안 모시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소개해 달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칭찬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가만 보니 내가 시부모님을 모신 것 같지 않다. 며느리와 자녀들에게 더 잘해주셨기 때문이다. 아이들 간식도 많이 챙겨주시고 아이들도 봐주시고 고생이 많으셨다. 고생한 것 그대로 인정하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속상했을 때도 속상했다고 말했을 뿐이다. ‘미운정 고운정’ 다 쌓였는데 미운 정보다 고운 정이 더 많은 것 같다. 큰 아이는 올해 20살로 대학생이고 미술(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둘째는 18세로 아직 자기 꿈을 찾고 있다. 아이들 양육에 있어서 비결은 잔소리 안 하고 소소한 발전이라도 칭찬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둘째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이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매 학기마다 성적을 가져오면 점수를 얼마인가 보다는 그 전 학기보다 얼마나 성적이 향상되었는지 노력한 것에 비해서 얼마나 성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그랬더니 성적이 꾸준히 올랐다. 어느 날 둘째가 와서 ‘엄마, 요즘 아동학대가 자주 언론에 보도 되는데 사랑받고 자랄 수 있게 해서 진짜 행복하다.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좋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해줄 순 없지만 늘 칭찬하며 마음부자가 되도록 노력했었던 것 같다”

-외국 출신 직원으로서 한국 조직문화 속에서 느낀 힘든 점은?


“일은 얼마든지 배우면 된다. 그런데 문화차이와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나를 힘들게 할 때가 있다. 이주여성들의 배우자나 내국인들이 센터에 찾아오면 나는 생김새도 한국인과 비슷하고, 한국말도 잘 하기 때문에 말을 안 하면 그냥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대해준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외국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태도가 바뀌는 사람이 있었다. 이해하려고 하다가도 섭섭하다. 왜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한국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믿음)’를 아주 중요시하고, 중요한 만큼 쉽사리 다른 사람, 특히 외국인한테 믿음을 안 준다는 뿌리 깊은 생각이 깔려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신뢰(믿음)도 개인이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얻어질 수도 있고 깨질 수도 있다. 5년 동안 저의 노력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얻어 사회복지사로 전환한 것처럼 누구나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결혼이주여성 선배, 언니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첫째 한국에서 사는 이상 무엇보다도 한국말을 잘 하는 게 먼저다. 돈이 없다고 당장 식당이나 공장에 가서 돈을 번다는 생각을 버려라. 라면을 먹을 돈이 있다면 한국어공부에 시간 투자하기를 바란다. 엄마의 한국어공부가 자녀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잔소리만 하지 말고 엄마가 스스로 공부하는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어를 잘 하기도 전에 돈 벌러 갔다가 돈도 못 벌고 공부하는 시기까지 놓치면 수박을 버리고 깨를 줍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못하면 다른 사람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생각이 있어도 말을 못하기 때문에 쓸모가 없다. 둘째,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언어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천천히 오랫동안 반복하다 보면 반드시 잘하는 날이 올 것이다. 공부하는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셋째,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면 그 자리에 머물 지 말고 꼭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한가지나 아니면 취미생활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 아이를 키우고 나면 나태해지기 쉽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직업)이나 취미생활을 통해 자기의 가치를 실현하기를 바란다.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여 자기의 가치를 끝없이 높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남편이나 자녀, 동료나 친구들에게도 짐이 아닌 인생의 동반자, 친구, 독립된 개체로 존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쉬단 기자
[ 쉬단 기자 danews1@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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