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9-10-18(금)

‘내 스스로 만드는 변화’ 결혼이주여성의 삶을 바꾸는 검정고시

인터뷰 남양주건가다가 검정고시 통해 대학 입학한 이인숙 씨와 담당자 주영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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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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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언어 문제로 인한 소통 부재와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은 이들이 겪는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자칫 취업을 서두르다 한국어 배우기를 소홀히 하면 자녀가 학교에 입학할 때쯤 ‘엄마는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과 함께 또 다른 서러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남편 등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결혼이주여성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것은 바로 검정고시를 통해 한국의 교육제도를 늦게라도 따라가는 것이다. 남양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김혜숙, 남양주건가다가)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여러 가지 갈등을 해결하고 스스로 자긍심을 높이는 방법으로 검정고시를 선택해 최근 몇 년간 큰 성과를 거뒀다. 지난 7월 26일 남양주건가다가에서 검정고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영애 씨와 중국 출신 결혼이민자로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마치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인숙 씨를 만났다. 주영애 씨도 중국에서 20여년 전에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이다.
 
-남양주건가다가의 검정고시 프로그램을 소개해 달라.

주영애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초중고등학교 검정고시 합격을 위한 자조모임 ‘검정고시 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계별로 검정고시에 응시하여 순차적으로 학력을 인정받는다. 최근 4년간 검정고시 준비반을 통해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총 7명의 이주여성들이 대학교에 입학해 더 큰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인숙 씨 같은 분이 검정고시 준비반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인숙 씨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한국에서 왜 다시 검정고시를 했나?
이인숙 “한국에서 외국학력을 인정받으려면 출신학교에서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뗀 뒤 한국영사관에서 문서의 진위를 인정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선족 학교를 졸업했는데 현재 학교가 없어졌다. 한국 같으면 달리 졸업을 증명하는 서류를 떼는 방법이 있겠지만 중국에는 없다. 서류를 뗄 수 없으니 증명할 방법이 없어진 셈이다. 주변에는 학교가 남아 있다고 해도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서류를 떼고 절차를 진행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바로 검정고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검정고시를 시작하게 된 다른 계기는 없었나?
이인숙 “14살, 10살 딸이 둘 있는데 아이들이 궁금한 것이 있어도 엄마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중국에서 온 엄마라 ‘당연히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배우는 것과 중국에서 배우는 내용이 다소 차이가 있어서 일부 과목은 아이들이 물어봐도 답하기 어렵다. 엄마는 당연히 모른다고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 자체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많은 상처가 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엄마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남양주건가다가의 검정고시 준비반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주영애 “10여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에 센터에 나와서 2시간씩 공부를 한다. 일요일에는 검정고시 준비를, 월요일에는 영어공부를 별도로 한다. 일요일 검정고시 공부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도해 준다. 그 외의 시간에는 경기도 지식캠퍼스의 온라인 강의를 청취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지식캠퍼스의 앱을 활용해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이다. 영어 공부를 별도로 하는 이유는 과거 중국과 동남아 여러 국가가 영어 공부를 학교에서 실시하지 않아 정말로 영어 알파벳도 모르기 때문이다.”

-초중고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대학까지 입학하는데 얼마나 걸렸나?
이인숙 “2014년부터 초등학교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듬해 합격했는데 남편이 건강이 좋지 않아 더 공부하지 못하고 반년을 쉬었다. 이후 다시 중학교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해 2017년 8월에 합격했다. 초등에서 중등 합격하는데 2년 반이 걸렸다. 반면 고등학교 검정고시는 2018년 4월에 합격해 아주 짧은 시간에 성과를 거뒀다. 정말 어려웠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 2018년 9월에 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과에 입학해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래도 한국어도 완벽하지 않고 가정도 있는 이주여성들이 검정고시 공부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거 같다.
주영애 “다문화가족이 한국에 오면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먼저 겪고 거기다 육아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검정고시 공부를 마치기가 쉽지 않다. 포기하는 여성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극복하고 본인이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에도 집안의 반대로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뭐하러 공부를 하나. 집안일이나 잘 하라’고 하면 도리가 없다. 그러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검정고시 담당자로서 가족을 최대한 설득한다. 이들이 검정고시 공부를 통해 변화할 자신과 가족의 삶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엄마가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대학까지 입학했는데 가정에 어떤 변화가 있나?
이인숙 “남편이 처음에는 나이 먹어서 무슨 공부를 하냐고 그랬다. 그러나 대학까지 들어가고 나니 남편도 으쓱해 한다. 지금은 공부한다고 하면 밥달라 소리도 안한다. 초중고 검정고시를 잇달아 합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당신이 공부하는 머리가 있나 보다’고 저를 인정해주는 것 자체가 큰 변화이고 나에게 자신감이 된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나타난 변화가 크다. 엄마가 가정에서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아이들도 함께 공부를 한다. 큰 아이는 가야금, 해금, 스페인어를 같이 배우는 우등생이 됐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이인숙 “대학 공부를 하고 있지만 지금도 검정고시반에 나가서 다른 이주여성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안나가도 되지만 내가 다른 이주여성들의 멘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20~30대 결혼이주여성들이 공부를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50대 언니도 공부해서 대학까지 다닌다는 사실이 이들에게 큰 자극이 된다. ‘50대 언니도 했는데 내가 왜 못하나’ 그런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나이도 있어서 힘 쓰는 일은 못하니까 중국어 등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 내가 공부해 온 과정을 아는 분들이 자기 자녀를 지도해 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감사하다.”

-검정고시 담당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영애 “다문화가족이 저소득층이 많고 학력이 낮다거나 시집 와서 남편과 싸우고 도망갔다거나, 그런 얘기들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데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다문화가족도 많다. 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사람들 많다. 할 수만 있다면 이인숙 씨 같은 사례를 많이 만들어서 다문화가족에 대한 안좋은 편견을 바로 잡고 싶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주여성의 사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곳이다. 그들이 사회적인 꿈을 이루고 가정에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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