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19-10-18(금)

“경기도 성평등, 보수 기독교인에 포위당하다”

박옥분 경기도의원, “지역사회 성평등 개선, 끝까지 최선 다할 것”

댓글 0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기사입력 : 2019.08.19 22:44
  • 프린터
  • 이메일
  • 스크랩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사진.JPG
 
 
성평등을 위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노력이 보수 기독교인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박옥분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민주당, 수원2)은 지난 6월 28일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는 실질적 성평등과 성주류화 실현을 위한 것으로 서울, 광주, 전남에서도 시행 중이다. 조례의 목표는 분명하다. 공공기관 등에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유도해 여성관리자 비율을 높이고 여성 고용을 확대하며 육아휴직 사용을 권장하자는 것이다.
3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도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통해 직장내 성희롱, 육아휴직 등을 함께 의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새로운 노력을 담고 있다.

그런데 조례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이하 경기총) 등은 건강한경기도만들기도민연합(이하 건경연)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전방위적인 반대 활동에 나섰다.


성평등 조례가 ‘제3의 성’ 인정?
이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다소 생뚱맞다. 조례가 ‘양성평등’이라는 말 대신 ‘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성평등이 ‘제3의 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양성’은 남성과 여성을 뜻하지만 그냥 ‘성’은 사회학적 성(젠더)을 기반으로 하며 여기에는 50여 가지의 성을 포함한다고 한다.

건경연 관계자는 “50여 가지의 성에는 아침에는 남성이 되고 저녁에는 여성이 되는 ‘젠더 플로이드’도 있고 남자인 동시에 여성인 ‘바이 젠더’도 있다.”며 “이런 식으로 성을 인정한다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옥분 위원장은 터무니없는 확대해석이라고 말한다. 그는 “성평등은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한 용어”라며 “남성과 여성 외에 제3의 성이 있다는 얘기도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왜곡된 확대해석이다.”고 말했다.


낮 선 전화 받기도 두려워
문제 해결을 위해 박옥분 위원장은 건경연 관계자들을 2차례 만났다. 이번 조례에 ‘제3의 성’ 혹은 동성애를 인정하거나 이를 조장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례도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 하지만 건경연 측은 막무가내다.
7월 중순부터 오기 시작한 조례 반대 문자 메시지는 500건을 넘었으며 건경연의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전화를 통한 협박과 위협도 적지 않다. 경기도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조례 반대 게시글도 수천건을 넘었다. 지난 8일에는 박옥분 위원장의 집 앞에 조례 폐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박옥분 위원장은 “낯선 전화를 받기가 두려울 정도로 많은 전화를 받았다. 조례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이 많았다.”며 “설명을 하면 오해를 푸는 분들도 있지만, 막무가내로 항의만 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기독교계가 이 조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정의평화기독교행동, 수원지역목회자연대, 감리회 목회자 모임 새물결 경기연회는 7월 30일 이 조례안에 대한 지지와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의 왜곡과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보수 기독교계 끈질긴 노력?
보수 기독교인들의 성평등 타도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경기도 부천에서는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부천시의 성평등전문관 설치를 골자로 하는 성평등조례를 무산시킨 바 있다. ‘부천시 성평등 기본조례’ 원안은 “시정 전반에 성인지를 강화하기 위해 성평등전문관(젠더 전문관) 운영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의 시위가 계속되자 성평등전문관 설치 규정을 삭제한 채 조례를 통과시켰다.
부천시가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압력에 굴복한 사례는 지난 6월에도 발생했다.
부천시의회가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려 했지만 부천시기도교총연합회 측이 동성애와 과격 이슬람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다양한 반대에 나서 조례안이 아예 무산됐다.

경기도의회 물러서지 않았다
경기도는 달랐다. 건경연 측의 대규모 집회와 도민청원, 전단지 배포, 1인 시위, 항의 전화 등 전방위적인 반대 노력이 이어졌으나 경기도의회는 7월 16일 이 조례를 원안가결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 의사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은 “성평등위원회가 조직의 성차별적 관행을 없애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기업에도 성평등위원회가 설치된다면 도내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도 성명서를 내고 “경기도성평등기본조례 개정안에 대한 일부 단체와 기독교계 등의 왜곡 및 확대해석이 사실인 양 확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도민연합 등 일부 기독교 단체는 개정 내용의 왜곡 및 확대를 자제하고 사회 전반의 성평등 실현 기반 마련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건경연 측은 바로 반격에 나서 22일 경기도민 청원사이트에 조례의 재의를 요구하는 청원을 냈다. 이 청원은 열흘만에 5만명을 돌파했고 경기도가 답변에 나섰다.
경기도 이연희 여성가족국장은 “개정안을 검토한 결과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만큼 법령 위반의 여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명백한 법령위반이 없는 이상 의회의 의결사항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끝 날 기미 없는 성평등 논란
이러한 상황에서도 경기총과 견경연 측은 물러날 기미가 없다. 이들은 앞으로도 성평등 조례 반대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경기총은 9일 오후 SNS를 통해 소속 교회 등에 ▲8.15광복절 집회에 성평등조례 반대 설교와 기도, 영상을 상영해 줄 것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원을 초청하여 재개정을 촉구해 줄 것 ▲8월 25일 경기도의회 규탄집회에 적극 참여할 것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
박옥분 위원장은 “경기도는 ‘지역 성평등 지수’가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 보고서에서 16개 시도 중 최하위 수준이다”며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성평등 조례를 개정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뜻 밖의 반대에 부딪쳐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경연 측을 2차로 만났을 때 촛불집회를 폄하하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것에 놀랐고 힘들었다”며 “30년 여성운동을 해 온 사람으로서 이번 조례안은 매우 의미가 크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평등을 위한 경기도의 노력이 위태롭다.
송하성 기자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경기도 성평등, 보수 기독교인에 포위당하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