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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다문화가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봉사활동’

오산건가다가 다문화가족 봉사동아리 ‘나란타’, 문화 차이 극복하고 봉사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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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2.0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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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김장 잘 하고 있어. 못하겠으면 나한테 와! 내가 가르쳐 줄게”


지난 11월 23일 오산시와 가까운 용인시 원삼면의 한 농가에서는 다문화가족 부부들이 김장을 담그는 소리가 퍼져 나왔다. 김치속을 버무리는 남편이 “지금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결혼이주여성 아내가 “잘 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이날 김장 봉사를 나온 다문화가족 봉사동아리 ‘나란타’의 결혼이주여성들은 대부분 한국에 온지 10년이 넘었다. 최근엔 내국인들도 김장을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란타’의 다문화가족들은 대부분 서너 번 이상 김장 경험이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프로그램으로 또 봉사활동을 위해 자주 참여한 탓이다.

 

이날 김장은 다문화가족들이 지난 8월부터 밭에 심고 경작해 수확한 배추 170포기와 무에다 고춧가루 등 양념을 직접 구입해 만들었다. 한참 김장을 하는데 나란타 봉사동아리의 조상익 회장을 밖으로 불러냈다.


-어떻게 중국 출신 아내와 만나 결혼하게 됐나?

“1994년부터 중국에서 휴대용 가스렌지를 만드는 공장을 운영했다. 아내는 공장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는데 한번은 내가 병에 걸려서 시름시름 앓을 때 아내가 간호해 주는 일이 있었다. 객지에서 혼자 사는데 아내가 매일 한의사 데려와 침 놔주고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것에 감동했다. 2000년에 결혼해서 중국과 한국을 왔다갔다 했다. 벌써 결혼한 지 20년이 됐다”


-나란타 다문화봉사단은 어떻게 결성이 됐나? 나란타의 뜻은 뭔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활동을 할 때 보통 나라 별로 모이는데 그러다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얼굴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출신 국가는 틀려도 남편들은 다 한국사람이니 함께 모이면 친목도모가 가능하겠다 싶었다. 결국 모든 다문화가족들은 다 남편만 믿고 시집 온 것이 아닌가. 그래서 2015년에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친목도 도모하고 봉사활동도 하자고 뜻을 모았다. 현재 28가족 100명이 참여하고 있다. ‘나란타’는 인도 최초의 불교 단체 이름이라고 한다. 행복한이주민센터의 정호 스님이 지어줬다. 개인적으로 ‘나란타’라는 이름은 ‘나란’ 사람이 ‘타’인을 돕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웃음)”


-봉사활동을 해야 할 필요성은 왜 느꼈나?

“다문화가족 아내들이 보통 자조모임을 하는데 물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남편이 먼저 사망해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다문화가족,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뒤 혼자 사는 다문화가족, 남편이 있어도 장애인이어서 경제력이 없으니 이주여성 아내가 돈을 벌어 부양하는 경우 등 힘들게 사는 다문화가족이 많다. 특히 국제결혼은 문화 차이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신랑은 무조건 한국식으로 나만 따라오라고 하는데 아내는 살아온 방식이 있으니 무조건 신랑이 요구하는 대로 바꾸기 어렵다. 우리 주변에 함께 살피고 돌봐야 할 이웃이 많다” 


-실제로 국제결혼 후 문화차이 때문에 갈등이 큰가?

“국제 결혼하는 한국 남편들은 무조건 한국식을 주장하지 말고 아내 나라의 문화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에 왔으니 한국식으로 하라고 강요하면 틀림없이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어른한테 물건을 드릴 때 두 손으로 한다. 그런데 중국은 한 손이다. 심지어는 물건을 바닥에 툭 던지기도 한다. 그것이 무례한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가 그런 것이다. 동남아의 많은 나라들도 아들이 아버지와 마주 앉아서 담배 피우고 술 마시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아내에게 좋게 좋게 얘기해서 권유하고 함께 노력해야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남편은 아내 나라의 문화를 잘 이해했다고 해도 부모님이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음식을 먹을 때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먹지만 중국은 밥그릇 들고 돌아다니면서 먹는다. 시부모님은 “어디서 배웠냐?”고 호통치시지 않겠나? 남편도 똑같이 아내에게 “어디서 배웠냐?”고 호통치는 순간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 경우 신랑이 계속 부모님을 설득해야 한다”

 

-김장봉사 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나?

“경제적으로 크게 여유를 가지고 시작한 봉사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실은 회비가 한 푼도 없었다. 그래서 다문화가정 남편 몇 사람이 일을 해서 회비 일부를 마련했다. ‘공사장 일이 있다고 하는데 몇 사람 같이 가서 일 좀 하자’고 해서 노동일을 하고 일당 받은 돈을 회비로 적립했다. 그 돈으로 고춧가루 등 김장 양념 등을 사는데 100만원을 썼다. 배추와 무는 이병희 오산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이 텃밭을 내줘서 8월부터 키운 것을 수확했다”


짧은 인터뷰를 끝내고 다시 김장하는 곳으로 돌아가니 김장의 마지막 단계인 절인 배추에 양념 버무리기가 한창이다. 실례를 무릅쓰고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봉사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했다. 

 

“한국 와서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이라도 나눠주는 것이 행복해요”(중국 출신 이주여성 A)

 

“다문화 선배로서 남편과 같이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 좋아요. 내가 도움을 받았듯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B)

 

한국에 온지 길게는 20년에서 짧게는 10년이 된 다문화가족들은 대부분 한국사회 적응을 넘어서 내가 아닌 이웃을 생각하고 있었다. 

 

현장에 함께 나온 이병희 센터장은 “다문화가족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를 해도 지역사회 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란타 봉사단은 배추 심기부터 시작해서 김장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또 자기 책임 하에 하고 있다는 것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날 나란타 봉사단이 한 김장은 24일 오산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다문화가족 50가정에 전달됐다.

<오마이뉴스 동시 게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92277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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