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7-03(금)

인터뷰 ‘만원의 행복’ 김진국 단장

“사진으로 행복 나눌 수 있다면, 봉사에 국경은 의미가 없죠” 원곡동 외국인주민 고향마을 등 방문해 이주민 가족사진 찍어주기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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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12.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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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사진은 잊지 못할 추억이자 소중한 한때의 기록이 되기도 한다. 사진봉사 동아리인 ‘만원의 행복’ 김진국 단장은 사진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20여 년 전 봉사자들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사진봉사를 시작했다.

 

“당시엔 필름 카메라였죠.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모습을 찍은 후 출력해서 가져다줬어요. 봉사 자체도 소중하지만, 그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사진봉사란 개념도 제가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서울시 서대문구청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전시회도 열어줬어요.”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웠던 건 아니다.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후 사업구상을 하다가 돈이 될까 싶어 사진을 시작했다. 재능이 있었는지 연예인 회오리축구단 전속으로 들어가게 됐고 그곳에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찍었다.


#봉사로 의기투합, ‘만원의 행복’ 창립

서울서 안산으로 이사한 후 사진봉사를 다시 시작했다. 2007~8년 당시만 해도 ‘사진이 무슨 봉사냐? 나는 삽질하는데 너는 취미생활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인식이 컸다. 

 

“안산에서 사진도 기록하는 봉사라는 인식이 생긴 건 활동을 시작한 지 3년쯤 후였어요. 그때 홍수가 크게 난 지역에 안산에서 봉사를 갔는데 같이 가서 봉사활동을 찍고 전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죠.”

 

아날로그 시절이었던 만큼 찍은 사진들은 인화해 자원봉사자들에게 가져다주었다. 사진을 보며 풀어놓는 그들의 삶과 이야기는 서로를 이해하고 봉사자로 한층 더 가까워지게 했다. ‘사진’과 ‘봉사’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지역사회로 나눔이 확장돼 나갔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라 카톡이나 문자로 사진을 보내줘요. 간편하긴 한데 초창기처럼 감정교류나 내용 전달엔 한계가 있어 아쉽죠. 사진을 받는 분들도 봉사 자체보다는 결과만 가지고 사진 잘 찍었다, 못 찍었다 평가하는 경우도 있어요. 봉사자 역할이나 내용보다는 본인 사진에 대한 만족도가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하죠.”


#봉사현장, 다양한 이들의 삶 사진으로 기록

현재 단장을 맡은 ‘만원의 행복’은 안산시자원봉사센터 리더 워크숍에서 만난 이들 중 사진봉사에 관심 있던 이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동아리다. 문화예술, 사진에 관련된 자료들을 만들어 홍보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순간을 포착해 기록하기 위해 출발했으며, 2012년 1월엔 경기도 비영리 단체로 등록했다. 

 

‘만원의 행복’에는 150여 명의 후원자이자 회원이 등록돼 있다. 회비 겸 후원금으로 1만 원씩 모아 노인정 장수사진 찍어주기, 가족사진 찍어주기, 해외봉사 등 나눔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해외봉사는 올해로 5회째 하고 있는데 매년 다른 나라를 가요. 원곡동에 거주하는 이주민 고향마을을 가기도 하고, 안산 커뮤니티 회장의 추천을 받아 가기도 하죠. 안산에서 함께 사는 이주민들의 마을이나 지역을 방문해 봉사도 하고 문화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 호응이 좋아요.”

 

필리핀을 시작으로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몽골을 다녀왔다. 내년 7월에는 아프리카 봉사를 계획 중이다. 이제는 노하우도 생겨 수월하게 이뤄지지만, 초기에는 봉사자를 모으는 일도, 봉사를 떠나는 일도 어렵기만 했다. 카메라, 액자, 기계 등 장비가 많아 이를 챙겨 보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봉사가 횟수를 더해갈수록 주위에서는 ‘국내도 도와줄 곳이 많은데 왜 외국으로 나가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따른다. 하지만 김 단장은 “‘만원의 행복’이 해줄 수 있는 것을 환영해주는 곳이라면 지역을 넘고 국경을 넘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올 7월 몽골 나담축제 기간에 초청을 받아 가족사진 찍어주기 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초원에 사는 이들이라 먼 곳에서 말을 타고 와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고, 인화된 사진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어요. 가족사진은 그 순간을 살아가는 가족들의 역사를 담아내는 거잖아요.”


#10개국 참여하는 ‘다문화봉사단’ 꿈꿔

김 단장은 현재 하는 봉사활동 외에 안산시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의 손을 찍거나 스캔해 조형물로 만드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큰 단체나 기업의 지원을 받아 이동형 가족스튜디오 차를 운영하는 꿈도 갖고 있다. ‘만원의 행복’ 테마로 찾아가서 찍어주는 가족사진을 해보고 싶다. 

 

소장하고 있는 카메라 400~500개를 이용한 포토공원도 만들고 싶다. 공원 안에는 사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모델이자 작가가 되어 사진을 찍어보고 그중 하나는 기부해 추억으로 남기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공원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10개국이 참여하는 다문화 봉사단도 만들어 그들의 나라에 함께 가서 봉사도 하고 싶다.

 

20여 년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봉사가 더 많은 김진국 단장. 하지만 그에겐 가슴 한쪽에 묵직한 숙제가 남아있다.

 

“개인적으로는 시한부 환자 가족사진 찍어주기를 하고 싶은데 너무 마음이 아파서 엄두가 나지 않아요. 안산 고대병원과 시흥지역 내 병원 등에서 3년 정도 찍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그분들에게는 그 순간이 마지막이고 가족에게는 해체의 순간이잖아요. 신청자는 많았는데….”

 

“하고 싶지만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생각에 잠기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면 김 단장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까?’ 문득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오마이뉴스 동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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