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10-20(화)

집에서 방치되는 다문화가정 자녀 상현이에게 지역사회가 내민 손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전국 처음 사각지대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 ‘우리동네 빅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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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0.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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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오기 전엔 공부가 재미없어서 게임만 했어요. 게임 안할 때는 아무 것도 안했어요. 그냥 TV만 봤어요” 초등학교 3학년 상현이(가명)는 빅마마 선생님이 오기 전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캄보디아에서 온 엄마는 회사에 가야 해서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현이는 하루 종일 방치돼 있다시피 했다.상현이 아빠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평소에도 도박이 좋았던 아빠는 외국으로 나갔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연락이 닿지 않는다. 

 

엄마는 결국 가족을 방치하는 아빠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야 상현이가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불을 깔면 방에 남는 공간이 거의 없는 3평 짜리 원룸에서 그렇게 상현이와 상현이 엄마가 살고 있다.


여전한 사각지대, 아이돌봄서비스도 이용 못해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현이는 지역아동센터에도 다닌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오후 2시부터 갈 수 있다. 엄마가 회사에 간 후 10살 상현이가 2시 전까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혼자서 학교 수업을 들을 수도 없고 요리를 해서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 상현이 말대로 그저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것이 전부다.

이런 아이를 집에 두고 출근하는 상현이 엄마의 마음은 안절부절 일 수 밖에 없다. 

 

아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맡겨보기도 했지만 며칠 가지 못했다.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등에서 부모 없이 방치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아이돌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현이는 이용할 수가 없다. 

 

아빠가 있어서 사회복지 대상자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당 최대 9,890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제가 공장에 다녀서 겨우 먹고 사는데 많은 이용료를 내고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요”


지역 엄마들이 다문화가정에 가서 엄마가 되어줘요 상현이 엄마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그러다 지난 5월에 화성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이현주)에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남편과의 문제로 사례관리 서비스를 받았는데 상현이가 집에서 방치된다는 사실을 파악한 센터에서 ‘우리동네 빅마마’ 서비스를 제안한 것이다. 지역돌봄서비스 ‘우리동네 빅마마’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방치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직접 찾아가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지역에서 다문화가족에 관심이 많고 50~60대 양육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지역돌봄활동가 교육을 실시해 다문화가정에 파견한다.

 

한 달간 교육을 받은 빅마마는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족 발굴 ▲자녀 돌봄 서비스 ▲심리 정서지원 및 학습지도 ▲다문화가족 및 부모교육 등의 일을 진행한다. 다양한 이유로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돌보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달라진 아이의 일상, 독서일기도 시작했어요 빅마마 선생님이 집에 온 이후로 상현이의 하루는 달라졌다. 상현이는 이제 선생님에게 이끌려 학교수업을 듣는다. 모르는 내용은 옆에서 선생님이 바로 이야기해 주니까 이해도 잘 된다.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나 알림장도 선생님이 다 챙겨주니까 엄마의 부담도 덜었다. 상현이가 매일 책을 읽게 된 것도 큰 변화다. 빅마마 선생님은 매일 상현이와 책을 읽고 아주 간단하지만 읽은 책의 내용을 기록하는 독서일기도 시작했다. 

 

상현이가 밥을 거르거나 삼각 김밥으로 때우는 일도 없어졌다. 빅마마 김미숙 씨가 도시락을 싸와 같이 먹기 때문이다. “핸드폰으로 온라인 학교 수업을 듣는데 상현이 혼자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일상이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상현이네처럼 꼭 필요한 가정에 나가서 그 아이를 위해 일 할 수 있어서 기뻐요” 현재 상현이네는 두 명의 빅마마 선생님이 상현이가 학교에 가는 목요일을 제외하고 이틀씩 4일을 방문하고 있다.


고립되는 아이들, 지역사회가 손을 내밀다 선생님은 상현이가 40페이지에 달하는 독서일기 파일을 다 채우면 하고 싶은 것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상현이가 말한 소원이 너무나 평범하다.

 

“밖에 나가서 강아지랑 놀고 싶어요.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강아지가 좋아요. 엄마랑 밖에 나가서 강아지랑 노는 것이 저의 소원이에요” 

 

외모가 달라 밖에 나가면 남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거북한 엄마가 외출을 삼간 탓에 상현이의 소원은 밖에 나가서 강아지랑 노는 것이 됐다. 독서일기 파일이 날마다 채워지고 있어서 조만간 상현이는 밖에 나가서 강아지랑 놀 수 있다.

 

하지만 선생님이 집에 와도 상현이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화장실에 불을 켜두는 일이다. 엄마가 회사에 가면 혼자 생활하는 상현이가 두려움을 잊기 위해 하는 일 바로 화장실에 불을 켜두는 일이다.

 

이현주 센터장은 “사례 관리를 진행하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가족관계, 돌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다문화가정이 적지 않다.”며 “아이들이 가정에서 방치되다 보니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최근엔 학교에도 가지 못해 외부와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아이들을 지역 안에서 먼저 돌보면 어떨까, 지역의 엄마들이 다문화가정에 가서 엄마 역할을 해주면 어떨까 고민하다 빅마마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며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을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기회를 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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